알린 카엔도는 어떻게 하면 다섯 살 아들 아리스티드가 콜레라에 걸리지 않을 지 알고 있었습니다. 손 씻기, 깨끗한 휴지 쓰기, 정수 처리된 물만 마시기, 과일과 채소는 씻어 먹기 등 집에서 모든 수칙을 지켰지만, 아리스티드는 결국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정수 처리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서 집에서는 물을 정수 처리해서 마셔요. 하지만 아이들은 호숫가에서 놀다가 호숫물을 바로 마셔요. 아이들끼리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는데, 길거리 음식은 비위생적일 수도 있거든요. 아이들은 과일을 따서 바로 먹어요. 제 아들이 병에 걸릴 갖가지 위험이 있었던 거죠.” - 알린 카엔도
다행히 알린은 미노바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콜레라 치료센터로 아들을 데려와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미노바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사우스 키부 동쪽에 위치한 곳으로 알린의 거주 지역입니다.
수인성 세균 감염인 콜레라는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했을 때나 오염된 표면에 직접 접촉했을 때에도 전염됩니다. 누구나 콜레라에 걸릴 수 있지만,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아무래도 가난한 이들, 깨끗한 물을 전혀 구할 수 없는 비위생적 환경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콜레라는 심한 설사와 구토를 일으키며 빨리 치료받지 않으면 목숨도 위협합니다.
하지만 사실 콜레라는 치료가 매우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처방이 간편한 경구용 수분 보충염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태가 심한 환자들은 정맥 수액이 필요합니다. 여하간 그 누구도 콜레라로 죽어서는 안 됩니다.
2017년 민주콩고에서는 20년 만에 최악의 콜레라 유행이 일어나 26개 주 중 2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곳에서 환자가 보고되었습니다. 약 5만5천 명이 병에 걸린 것으로 보고되었고 1천여 명이 콜레라로 숨졌습니다. 12월 말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전체 등록 환자의 절반을 치료했지만 콜레라 유행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예멘도 유례 없는 수준의 콜레라 발병으로 타격을 입었습니다. 예멘의 콜레라 발병은 4월에 시작되어 급속도로 퍼져 나가 수십만 명에게 피해를 끼쳤습니다. 콜레라 유행이 절정으로 치닫던 6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예멘 전역에서 매주 1만1천여 명의 환자들을 콜레라 치료센터에 입원시켰습니다. 37개 콜레라 치료센터와 구강 수분 보충 지원처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총 환자는 10만 명이 넘었습니다.
예멘은 3년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이미 심각한 피해를 겪었고 기반시설들도 많이 무너졌습니다. 공중보건 종사자들은 1년 넘게 급여를 받지 못해 일자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높은 실업률과 심각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의료 시설이 운영 중인 지역에서도 사람들은 교통비를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콜레라가 발병하자 위태롭던 의료 시스템은 붕괴 직전으로 치달았습니다.
반면,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가뭄과 분쟁, 피난, 안전한 식수위생 부족 등이 발병을 초래했습니다. 민주콩고의 대규모 콜레라 유행에 더해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나이지리아, 차드, 케냐, 남수단 콜레라 발병에도 대응했습니다.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 주에서는 피난민 캠프의 과밀하고 비위생적인 여건으로 콜레라 발병 최적의 조건이 조성되었습니다. 8월에서 11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이 여러 콜레라 발병에 대응했지만, 이 지역에서는 치안 불안이 큰 문제가 되어 의료 활동이 매우 위험하고 복잡해졌습니다. 차드 콜레라 발병 당시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 1천 명을 치료하고 정수 처리용품이 든 위생 키트, 20리터짜리 물통, 비누, 담요, 모기장 등을 배급했습니다. 또한 콜레라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감염 예방법도 설명하는 활동도 실시했습니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총 13개국에서 143,100명의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2016년 치료한 환자 20,600명의 7 배에 달합니다. 다른 구호 단체들이 보다 신속히 대응에 나섰더라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지역(에티오피아 일대)에 속한 국가들에는 인력을 충분히 갖춘 병원, 보건 홍보 활동, 인식 제고 활동 등의 각종 자원과 깨끗한 물이 부족해 대응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예멘에서는 치안 문제로 주로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던 곳에서 콜레라 대응 활동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필요했던 의료 요구는 훨씬 더 컸습니다. 백신을 활용할 수 없어 가장 피해가 큰 지역에서 긴급 콜레라 백신 캠페인을 실시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백신은 콜레라 발병 대응 활동에서 효과적인 요소입니다.
우리는 과거 경험과 과학적 증거 자료를 통해, 1회 복용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이 안전하고 간편할 뿐 아니라 콜레라 유행기에 질병 확산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예멘뿐 아니라 콜레라 발병이 나타난 여러 지역에서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최상의 전략과 자원을 활용해 적시에 적합한 규모로 콜레라 발병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와서는 안 됩니다. 우리에게는 콜레라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필요한 대책과 도구와 수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 조안나 키난